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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의 인지적 목표 분류 이론, 지금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by 지시익킹 2025. 5. 16.

교육학에서 학습 목표를 어떻게 분류하고 체계화할 것인가는 매우 핵심적인 논의 대상입니다. 학습이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습자의 인지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더 나아가 어떤 수준의 사고력을 발휘하게 하는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목표 분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제시된 가장 영향력 있는 분류 체계가 바로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이 중심이 되어 1956년에 발표한 ‘교육목표 분류학(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입니다.

 

블룸은 인지적 목표를 중심으로 학습자가 어떤 인지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체계화하였고, 이는 교육 목표 설정, 수업 설계, 평가 기준 마련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후 2001년에는 이 분류체계가 개정되어 현대적 교육 환경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오늘은 블룸의 인지적 목표 분류 이론의 원형과 개정 버전을 비교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그 이론적 의미와 학문적 가치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합니다.

 

1. 블룸의 원래 이론: 1956년판 인지적 목표 분류 체계

1.1 배경과 목적

블룸과 동료 학자들은 교육 목표가 단순히 교사의 의도나 주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행동적 변화를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정의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교육 목표를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었는데,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영역이 바로 인지적 영역(Cognitive Domain)입니다.

블룸의 원래 분류체계는 이 인지적 영역에 속하는 목표들을 여섯 단계의 위계적 구조로 나누어 정리하였습니다.

 

1.2 여섯 단계의 위계 구조

지식(Knowledge): 이미 학습한 내용을 기억하거나 회상하는 능력

예: 정의, 사실, 용어, 규칙, 방법 등을 정확하게 암기하고 기술할 수 있음

 

이해(Comprehension): 정보를 해석하고 요약하거나, 자신의 언어로 재진술하는 능력

예: 개념의 의미 설명, 번역, 요약, 해석 등

 

적용(Application): 배운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

예: 공식을 사용해 문제를 푸는 것, 원칙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것

 

분석(Analysis): 정보를 구성 요소로 분해하고 그들 간의 관계를 식별하는 능력

예: 논증의 구조를 분석하거나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는 것

 

종합(Synthesis):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여 새로운 구조나 패턴을 창출하는 능력

예: 에세이 작성, 계획 수립, 가설 설정

 

평가(Evaluation): 기준에 따라 정보를 판단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능력

예: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선택지를 비교하여 결론 도출

 

이 구조는 단계 간 위계성(hierarchical order)을 기반으로 하며, 일반적으로 하위 단계의 능력을 갖춘 후에 상위 단계로 나아가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 분류는 교과 내용의 난이도 설정, 교수·학습 활동 설계, 평가 문항 구성 등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폭넓게 응용되었습니다.

 

2. 2001년 개정 분류 체계: Anderson & Krathwohl의 수정안

2.1 개정의 필요성

블룸의 원래 체계는 강력한 틀을 제공했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 ‘지식’이 명사로 표현되어 있어 행동 목표로 구체화하기 어려움
  • ‘종합’과 ‘평가’의 순서에 대한 논란
  • 복잡한 사고 과정의 비선형성이 반영되지 않음

이에 따라 블룸의 제자인 로린 앤더슨(Lorin Anderson)과 교육심리학자 데이비드 크래솔(David Krathwohl)은 2001년, 현대 교육환경에 적합한 개정안을 제시하였습니다.

 

2.2 개정 체계의 구조

명사 중심 → 동사 중심, ‘지식’ 영역 → ‘지식 차원 + 인지 과정 차원’ 이원화, ‘종합’ 대신 ‘창출’이 최상위 단계로 재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① 인지 과정 차원 (Cognitive Process Dimension)

  1. 기억(Remember)
  2. 이해(Understand)
  3. 적용(Apply)
  4. 분석(Analyze)
  5. 평가(Evaluate)
  6. 창출(Create)

 

② 지식 차원 (Knowledge Dimension)

  • 사실적 지식 (Factual Knowledge)
  • 개념적 지식 (Conceptual Knowledge)
  • 절차적 지식 (Procedural Knowledge)
  • 메타인지적 지식 (Metacognitive Knowledge)

 

이와 같은 이원적 분류는 단순히 ‘무엇을 배우는가’ 뿐 아니라, ‘어떻게 사고하는가’를 함께 구조화하여 학습 목표를 훨씬 정밀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2.3 ‘창출(Create)’의 상위 배치 이유

앤더슨과 크래솔은 "창의성(creativity)이야말로 가장 고차원적인 인지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단순한 분석이나 평가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구조를 만들어내는 사고 수준은 인간 인지능력의 최고 형태로 보았으며, 이에 따라 ‘창출’을 분류체계의 최상위에 배치하였습니다.

 

3. 이론적 평가와 현대적 의의

3.1 위계적 사고와 학습 계열화의 기반

블룸의 분류체계는 학습 이론에서 말하는 계열화(prerequisite sequencing) 개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적용’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 수준을 도달해야 하며, ‘평가’와 ‘창출’은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요한다는 점에서 학습 목표 간 위계 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3.2 교육과정 설계 및 수업 평가의 기준

이 분류체계는 학습 목표를 단순 지식 암기에서 벗어나 고차적 사고(High-order Thinking Skills) 중심으로 재편하도록 유도하였으며, 이는 특히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 교육과정 문서 개발: 국가 교육과정에서 단원 목표를 블룸의 분류에 따라 기술함으로써 교육 내용의 구조화가 가능해졌습니다.
  • 문항 출제 기준: 평가 문항을 구성할 때 학습자가 도달해야 할 인지 수준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습니다.
  • 교수 전략: 교사가 어떤 활동을 통해 어떤 수준의 사고를 유도할지를 계획하는 데 근거로 활용됩니다.

 

3.3 비판적 시각

한편 블룸의 분류체계는 다음과 같은 비판도 받아왔습니다.

  • 사고 과정의 비선형성 간과: 실제 사고는 항상 단계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창출’이 ‘기억’보다 먼저 일어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 인지적 영역 외의 영역 배제: 정의적 영역(Attitudinal Domain)이나 심리운동 영역(Psychomotor Domain)에 대한 통합적 고려가 부족합니다.
  • 지식 구성의 사회적·문화적 맥락 부족: 구성주의 교육학의 관점에서는 학습이 사회적 상호작용과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블룸의 체계는 지나치게 개인 중심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의 분류체계는 여전히 교육학 및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목표 분류 모델로서, 교육 이론과 실제 간의 연결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4. 결론: 블룸 이론의 현재적 가치

블룸의 인지적 목표 분류 이론은 20세기 중반에 제시된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교육환경에서도 여전히 높은 실용성과 이론적 타당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습자의 사고 수준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며, 학습성과를 적절히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이론적 토대로서 그 가치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개정된 블룸의 체계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 능력 등 미래형 역량을 강조하는 현대 교육 패러다임과도 정합성이 높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교수설계, 평가도구 개발, 교육정책 설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블룸의 분류체계는 단순한 고전 이론을 넘어, 교육학과 심리학, HRD 분야에서 학문적·실천적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화된 사고 도구로서의 역할을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문헌

  • Bloom, B. S. (1956).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The Classification of Educational Goals. Handbook I: Cognitive Domain. Longmans.
  • Anderson, L. W., & Krathwohl, D. R. (2001). A Taxonomy for Learning, Teaching, and Assessing: A Revision of Bloom’s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Allyn & Bacon.
  • Krathwohl, D. R. (2002). “A Revision of Bloom’s Taxonomy: An Overview.” Theory into Practice, 41(4), 212–218.
  • Marzano, R. J., & Kendall, J. S. (2007). The New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Corwin Press.
  • OECD (2018).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 OECD Publishing.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0). 「미래형 교육과정과 교육목표 분류체계의 방향」. 연구보고 RRM 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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